모의투자 성적은 왜 실전보다 좋게 나오는가
모의투자는 체결·유동성·심리에서 실전과 다릅니다. 모의 체결기를 직접 만들며 발견한 "너무 후한 체결"의 사례들과, 모의투자를 제대로 쓰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.
최종 수정 2026-09-18
모의 체결은 얼마나 후한가
모의투자는 실제 돈 없이 매매를 연습하는 기능입니다. 전략을 시험하고 주문 화면에 익숙해지는 데 쓸모가 있습니다. 하지만 모의 계좌의 수익률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습니다. 주문을 "체결되었다고 쳐 주는" 방식이 실제 시장보다 너그럽기 때문입니다.
이 서비스는 모의 체결기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고 있고, 그 과정에서 처음의 단순한 체결기가 얼마나 후했는지 하나씩 확인했습니다.
- 적어 낸 가격에 무조건 체결
- 초기 체결기는 지정가 주문을 적어 낸 가격 그대로 즉시 체결했습니다. 300달러짜리 주식에 1달러 매수 주문을 내면 1달러에 체결되었습니다. 미체결이라는 상태가 없었으므로 주문 취소 기능도 의미가 없었습니다.
- 한계 지금은 실제 시장처럼 현재가가 지정가에 닿아야 체결되고, 그 전에는 미체결로 남아 예수금이나 보유 수량을 예약합니다.
- 장이 닫혀 있어도 체결
- 주말이나 새벽에 낸 주문이 마지막 종가에 바로 체결되었습니다. 실제로는 다음 개장의 시가에 체결되고, 그 사이의 갭은 고스란히 위험입니다.
- 거래가 없는데 체결
- 미국 애프터마켓에서 거래가 한 건도 없던 종목의 주문을 직전 정규장 종가로 체결해 준 적이 있습니다. 실제 계좌였다면 그 주문은 그냥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. 지금은 그 세션에 실제 체결이 있었을 때만 체결합니다.
- 영원히 기다리는 지정가
- 실제 지정가 주문은 대부분 당일만 유효합니다. 만료가 없던 모의 주문 하나가 닷새 동안 남아 보유 수량을 묶어 두었고, 며칠 뒤 우연히 가격이 닿으면 체결될 참이었습니다.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체결입니다.
네 가지 모두 모의 성적을 실제보다 좋게 만드는 방향입니다. 체결기를 고칠 때마다 모의 성적은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졌습니다.
고쳐도 남는 차이
체결기를 아무리 다듬어도 모의로는 재현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.
- 내 주문이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. 모의 주문은 호가창에 올라가지 않습니다. 거래가 적은 종목에서 실제로 1,000주를 사면 가격이 올라가지만, 모의에서는 마지막 체결가에 전량이 체결됩니다.
- 스프레드와 슬리피지가 없거나 작습니다. 마지막 체결가에 사고판다고 가정하면 매수·매도 호가 차이만큼의 비용이 빠집니다. 자주 매매하는 전략일수록 이 차이가 누적됩니다.
- 부분 체결이 없습니다. 실제로는 100주 주문 중 37주만 체결되고 가격이 달아나는 일이 있습니다.
- 줄을 서지 않습니다. 실제 지정가 주문은 같은 가격에 먼저 걸린 주문들 뒤에 섭니다. 가격이 내 지정가를 살짝 스치고 돌아가면 나까지 차례가 오지 않습니다.
- 장중의 스침을 모릅니다. 이 서비스의 체결기는 주기적으로 현재가를 확인하므로, 확인과 확인 사이에 잠깐 닿았다 돌아간 가격은 잡지 못합니다. 이것은 드물게 모의 쪽에 불리한 차이입니다.
가장 큰 차이는 사람이다
모의투자에서 −20%는 숫자입니다. 실전에서 −20%는 석 달 치 월급입니다. 같은 사람이 같은 전략을 써도 실전에서는 다르게 행동합니다.
- 모의에서는 손절선을 지킵니다. 실전에서는 "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"가 됩니다.
- 모의에서는 과감한 비중을 넣습니다. 실전에서는 같은 비중에 잠을 못 잡니다.
- 모의에서는 연속 손실 뒤에도 규칙을 따릅니다. 실전에서는 다섯 번 연속 잃으면 전략을 바꿉니다. 대개 가장 나쁜 시점에.
- 모의 계좌는 방치해도 아무렇지 않습니다. 실전 계좌는 하루에 스무 번 열어 보게 되고, 자주 볼수록 자주 매매합니다.
자동매매는 이 차이를 줄이지만 없애지는 못합니다. 봇이 규칙대로 손절하는 동안 봇을 끄고 싶은 충동은 사람에게 남아 있습니다.
모의 성적을 망가뜨리는 기록의 문제
체결 말고도 장부가 틀리면 성적이 틀립니다. 이 서비스의 모의 계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들입니다.
- 같은 체결이 장부에 세 번 기록됨
- 270행 중 116행이 중복
- 그 결과 표시된 실현손익
- 실제의 약 2.2배 손실로 표시
- 원화 체결가가 달러 장부에 그대로 합산됨
- 누적 손실 171만 달러로 표시 (실제 약 3,900달러)
- 승급 입금이 수익으로 집계됨
- 수익률 +233%로 표시
세 경우 모두 화면의 숫자는 그럴듯했고 오류 메시지는 없었습니다. 성적이 이상하게 좋거나 이상하게 나쁘면 전략보다 장부를 먼저 의심해야 합니다. 그리고 장부의 주인은 하나여야 합니다. 세 군데에서 각자 기록하면 반드시 어긋납니다.
모의 매매 기록을 "시험용이니까" 하며 일주일마다 지우던 시기가 있었습니다. 그 기록이 전략의 실제 승률과 기대값을 계산하는 유일한 재료였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습니다. 지워진 표본은 복구할 수 없었습니다. 모의 기록도 데이터입니다.
모의투자를 제대로 쓰는 법
- 수익률이 아니라 과정을 봅니다. 모의의 목적은 "얼마 벌었나"가 아니라 "규칙이 의도대로 동작하는가,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무엇인가"입니다.
- 실전에서 쓸 금액으로 합니다. 1억 원짜리 모의 계좌로 연습하고 300만 원으로 실전을 하면 수량 계산부터 달라집니다. 이 서비스의 모의 계좌가 등급에 따라 300만 원 또는 1,000만 원으로 열리는 이유입니다.
- 비용을 직접 뺍니다. 모의 성적에서 거래마다 수수료와 스프레드 몫을 빼 보고도 남는지 확인합니다.
- 충분히 오래 합니다. 2주의 모의 성적은 그 2주의 시장을 말할 뿐입니다. 거래 30건은 되어야 승률을 말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.
- 실전은 아주 작게 시작합니다. 모의에서 실전으로 넘어갈 때 달라지는 것은 주로 나 자신이므로, 그 차이를 확인하는 비용을 작게 유지합니다.
모의투자는 비행 시뮬레이터와 같습니다. 조작을 익히고 절차를 점검하기에는 훌륭하지만, 시뮬레이터에서 무사고였다는 것이 실제 비행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. 모의 성적에는 늘 할인을 적용해서 읽어야 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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